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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여자의 일기

친구와도, 가족과도 거리 두기는 필요하다.

by 운동하는 부천여자 2024. 8. 12.

친구를 만나도, 가족을 만나도 다들 여기저기 아픈 이야기들뿐이다. 사실 나도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는데 서로 나 아픈 것 풀어놓기 바쁘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를 만나면 대화 내용이 아픈 이야기, 남편 흉보기, 자식 걱정하기가 전부 인 것 같다.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는 나는 그냥 듣기만 한다.

어쩌다 한 번 요즘 어디가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면, 말 꺼내기가 무섭게 나는 어디가 아프고 무슨 약을 먹고 오늘은 어디가 안 좋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하다못해 질문을 해놓고 그것에 대한 답변을 해도 나는 지금 너보다 더하다는 본인 이야기가 다시 돌아오곤 한다. 대체 질문은 왜 한 건지. 나는 결국 낄 자루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나이가 노안도 오고, 흰머리도 나고, 호르몬 변화로 인해 관절 마디마디가 아프고, 세상 우울하고, 짜증 나고 할 때이긴 하다. 거기에 모든 지방이 배로 몰리고 살이 찌는 나이. 쉬고 싶어도 직장 다니며 열심히 돈 벌고 있고, 나잇살 생각해서, 아프지 않기 위해서, 집안 내력인 성인병 예방을 위해서 힘들고 아프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운동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너무 힘들지만 즐기려 노력했고, 나름의 계획을 세워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왜?
 있으니 하고 싶은 운동 하며 설렁설렁 회사 다니며 즐기기만 한다고 생각을 할까? 내 몸은 마르게 타고나서 아픈 곳도 없고, 날씬하다고 생각을 할까? 관절이 아파도 허리 디스크 도지지 않으려고 플랭크를 매일 하고 있고, 집안 내력인 성인병 예방 위해 뛰는 운동을 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검도도 꾸준하게 하고 있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한 달 벌어 한달살이이지만 직장에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직장에 오래 다녔다고 해서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백수라고 해서  돈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각자 자기만의 사정이 있는 것일 텐데,  본인들 생각으로 단정 지어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알아달라는 것도 아니지만 제발 본인 생각을 마치  이야기인 양 단정 지어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40대 후반쯤 되면 마음이 넓어 모두를 포용할  있는 성격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어릴 때 TV에서 보면 지금  나이 때 아줌마들은  푸근한 엄마들이었다. 동네 모든 아이들을 예뻐하고 사랑할  아는 국민 엄마. 하지만 지금 나는 아직 어린아이 같다. 모든 것을  포용할  있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 때문에 속상하다고 자식 없는 게 속편 하다는 말에 "있으니 그런 소리 하지.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 진짜"라고 속으로 빈정 상해하고, 축하받을  앞에서 진심 어린 표정과 말투가 아닐 땐 그게  그렇게 서운하다.

 

속이 좁은 건지, 호르몬이 이렇게 만드는 건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마다  서운하게 느껴진다. 남편, 부인을 헐뜯는 이야기, 자식 문제로 속상한 이야기, 아프다는 말, 질투하는 모습.  꼴도 보기 싫다. 나만 힘들고,  잘 되는  못 보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흉보는 대화들이 이제는 너무 싫다. 그냥 싫은 걸 떠나서 마음이 너무 힘들다.

 

어렸을 땐 보이지 않던 진심의 말투와 표정이  지금은  보이는 걸까?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뻐해 주는 사람이 정말  안되는구나는 것을 느낄 때마다 내가 인생을   살았구나 하는 죄책감 같은 것도 생긴다. 푸근한 아줌마가 되어 있을 줄 알았던  40대 말. 나는 이렇게  속 좁은 여자가 되어 50을 바라보고 있다.

 

거리 두기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누군가를 미워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나는 누군가 나에게 잘못을 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본다. 나를 싫어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손해를 끼칠 때에도  번을 경고만 한다. 그러다 반복이 되면 사람이 싫어지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 나는 너무 힘들다. 그래서 싫어 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 나도 모르게 상처를 받는  같다.

그렇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짧게는  개월, 길게는  년 동안 나를 이용하는 상대도 많았다. 속이 좁고, 호르몬이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니었다.  느낌이 제대로 맞을 때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 것이 느껴질 때 나도 모르게  사람을 멀리하게 됐던 것 같다. 의식적으로 멀리 한 건 아니지만 뭔가 불편해지고, 부담스러워져서 서서히 멀어지게 됐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주변 사람들은 최소한 나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것인데, 그런 사람들이 나를 질투하는 모습을  때, 진심이 아닌 표정을 볼 때 나는 너무 속이 상한다.  진심도 모르고 왜들 저러나 싶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싫어지기 전에 나는    보기로 했다. 부딪히지 않으면 서로 안 좋은 모습을  보게 될 테니까. 그러면 싫어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누군가가 나를 질투하는 것은 내가 잘났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라 하는데, 그래 나도 이참에 잘 난 사람 한번 되어보자. 나는 오늘도 이렇게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