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검도를 시작하다
어떤 운동을 새로 시작하기엔 조금 늦은 나이 이기도 했고, 평소 다른 운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운동이 좋을지, 다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지, 특히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그런 운동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검도라는 운동을 추천받았다.
사실 검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때였다.
오빠가 잠깐 학교 검도부에서 운동을 했었다.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빠한테 알려달라고 일주일을 졸라 처음 검도 발동작을 시작하게 됐었다. 그런데 발동작만 일주일 동안 알려주고 죽도 한번 잡아보지 못하게 했다.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며 기본인 발동작부터 시작하자고 일주일 내내 그것만 시키니 검도라는 운동이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운동이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일주일 만에 포기를 하고 말았다.
검도장에서 배울 때야 처음부터 죽도 명칭도 알려주고, 만져도 보고 진도도 빨리 나가니 지루 할 틈이 없겠지만. 우리 오빠는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알려주려 했으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빨리 포기하게 만들려고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알려 달라고 조르니 알려주기는 했지만, 시간도 없고, 귀찮기도 했을 거다. 아무튼 그래놓고 나는 40이 다 된 나이에 검도라는 운동을 다시 추천을 받아 도장에 나가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잘 좀 배워서 꾸준하게 해 둘걸 하는 어이없는 후회를 살짝 했었다. 지금도 그 후회는 계속한다. 그때는 발동작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기본 중에 기본이었던 것을.
마음 만은 20대
나이 40이 다 되어 가도록 제대로 된 운동을 한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헬스 3개월 끊어 놓고 한 달 열심히 다녔나? 정도였고, 어쩌다 등산 1년에 한두 번 가는 정도였다. 살집도 없고, 근육이라고는 정말 하나도 없이 악바리 근성 하나로 어떤 것이든 하면 될 줄 알았다.
근육도 살도 없는 몸으로 무리해서 운동을 하니 작은 부상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발 뒤꿈치, 어깨, 팔꿈치, 손목까지 잦은 부상들로 쉬어가면서도 꾸준하게 나가려 노력했다. 조금만 배우면 벌처럼 날아 머리를 치고, 날렵하게 허리를 치고, 멋지게 손목 치기를 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하지만 아주 큰 오산이었다. 나는 내가 이렇게 세상 느린 사람이라는 것을 검도를 하면서 처음 알았다. 부상도 부상이었지만 운동신경도 썩 좋지 않다는 걸 또 새삼 느꼈다.
기합도 너무 힘들었다. 왜 그렇게 오글거리는지 다 나만 보고 있는 것 같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던 기합은 다시 기어들어가 나오지 않고, 괜히 혼자 창피해했다.
마음은 20대. 너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몸은 상 노인네였다.
50을 바라보는 지금도 열심히 한다
잦은 부상으로 쉬어가길 몇 차례. 보통은 이렇게 쉬어갈 때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악착같이 다녔다. 서너 달 열심히 다니다 부상 입고 15일쯤 쉬고, 또다시 다니고 쉬기를 반복했다. 실력이 늘지는 않고, 시간만 흘렀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늘어야 하는데 계속 반복되는 부상으로 쉬면서 그동안 만들어진 근육은 또 사라지고, 다시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근육은 또 다른 부상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부상의 원인을 검도를 9년을 하고 알아버렸다. 그동안은 그냥 악으로만 운동을 해왔었던 것을 이제야 알았다. 워낙 약한 몸이 근육 없이 운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늦게 알아버렸지만 그래도 1년 전부터 개인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했다. 그 결과 근육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왜 진작에 이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적은 근육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근육의 중요성을 처음 알아버렸다.
검도 시작 나이는 따로 있지 않다
검도는 시작 나이가 따로 있지 않은 것 같다. 욕심만 버린다면, 너무 약한 몸이 아니라면 기본기를 하면서 근육을 만들며 오래도록 운동할 생각으로 재미있게 운동할 계획을 한다면 평생 나의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50대를 기다리며 운동을 계속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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