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몸으로 30대를 살아갔다.
어려서는 악으로 깡으로 뭐든 할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너무 지치기 시작했다. 30대를 접어들면서 점점 더 말라갔고, 여름만 되면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들었다. 사람이면 다 같은 조건인데 나만 이렇게 힘들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더우니까 당연히 사람은 힘든 거라 생각했다.
심하게 말랐을 때는 39킬로까지 빠졌고, 최고 몸무게가 42킬로 정도였다. 몸에 살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근육도 당연히 없었다. 힘이 없고, 기력이 없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악착같이 직장에 다니며 할 건 또 다 했다. 하지만 문제는 잠을 잘 때였다. 일주일이면 8번을 가위에 눌렸었다. 주말이면 힘드니 낮잠은 당연히 자야 했고, 그때마다 또 가위에 눌렸다. 대낮인데도 눌리는 공포, 깨어났을 때의 공포. 이것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한의원에 갔더니 맥을 짚어보더니 이 정도면 칠팔십 대 노인의 맥이라고 했다. 사람은 다 이렇게 힘든 거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내 몸이 너무 약하고 기력이 없었던 것이다.
기력도 없고, 마르고, 근육이 없으니 당연히 면역력도 약했던 것 같다. 아픈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장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거고, 큰 병이 찾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했다.
몸이 아프니 운동은 시작했지만, 근육도 살도 전혀 없는 몸으로 운동을 하려니 잦은 부상이 많았다. 욕심도 나고, 조금만 운동하면 근육도 생기고, 남들처럼 건강해질 거라는 생각에 무조건 열심히만 했다. 그래도 사람 몸인데 내가 버틸 수 있을 만큼은 해도 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건 내 큰 오산이었다.
부상이 반복되면서 부상부위는 고질병이 되어버렸고, 조금만 무리해도 다시 다치고를 반복했다. 9년이란 시간 동안 검도를 했는데, 여름에 기력이 없는 건 마찬가지고, 뛰는 것도 힘들고, 왜 달라지지 않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근육의 중요성을 알아버렸다.
검도라는 운동이 너무 재미도 있었고, 욕심도 나는 운동인건 맞지만, 오랜 시간 했음에도 실력도 힘도 늘지 않는 것에 슬럼프도 여러 번 찾아왔다.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운동에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다.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몰랐다. 어느 날 너무 힘들어 잠깐 나와 쉬면서 선배들 연습장면을 보고 있는데 죽도를 휘두르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는 걸 느꼈다. 나는 조금만 해도 지치고 힘든 반면, 다른 사람들은 덜 지치는 걸 보게 되었다.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나는 죽도가 너무 무거워서 죽도가 나를 휘두르는지 내가 죽도를 휘두르는지 모를 정도로 죽도가 너무 무거운데, 왜 같은 사람이고 같이 매일 운동하는 사람들인데 왜 저 사람들은 죽도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걸까? 한참을 생각하고 잠들기를 여러 날.
근육량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체력이 가장 문제였고,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인 것을 생각해 냈다. 진작에 좀 생각해 낼 것이지 왜 이렇게 늦게 생각이 났는지.
플랭크를 시작했다.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 뭘지 생각하던 중, 허리디스크에도 괜찮고, 전신 운동이 될 수 있는 플랭크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플랭크는 1분 정도는 전에도 자주 했었다. 작심삼일이라고 오래 하지 못하고 길게 하면 일주일정도였고, 한 달쯤 쉬다 생각나면 또 1 분하기. 그러다 잊고 지내던 운동이었는데 역시 사람은 절박함이 있어야 하나보다. 아프니까 하게 되는 것 같다.
무조건 100일 하루 3분 이상 하기를 미션으로 정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1분도 너무 힘들어서 바들바들 떨었다. 1분씩 3번,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1분 이상 조금 버틸 수 있는 만큼 하고, 다시 나머지 3분 채우기식으로 조금씩 늘려가며 하루 3분 하기를 이어갔다. 여행을 가던, 새벽에 일찍 나가던, 늦게 들어오던 무조건 플랭크 3분 하기는 꼭 지켰다.
건강하고 운동 많이 한 사람들이야 플랭크 3분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플랭크 3분은 큰 산을 넘는 것과 같았다. 한 달이 지났는데 별 효과는 없었다. 두 달까지도 별 효과가 없었다. 그 쯤되니 이거 계속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이 맞나?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100일까지는 무조건 하기로 했으니 100일은 채우려 노력했다.
내 노력의 정성이 통했던 것일까? 70일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몸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재미로 200일, 300일 그리고 1년이 넘게 프랭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조금 시간을 줄이고 다른 운동과 병행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프랭크는 조금이라도 꼭 하고 있다. 플랭크의 효과는 나에게는 큰 선물일 수밖에 없었다. 작은 부상도 전과 다르게 줄어들었고, 지치고 힘든 것도 많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플랭크라는 운동은 검도와 마찬가지로 평생 나와 함께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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